九旬記念集을 내면서

팔순 이전의 글을 간추려 지난 2015년 6월 먹구의 푸념이란 수상록을 낸바 있는데 그 때 빠진 글과 편지글, 종사에 관한 글에 8순 이후의 글을 한데 모아 “구순 기념집을 내면서” 란 제호로 속편을 내게 되었습니다. 前篇 머리글에도 얘기 한바 있지만은 아직까지 계속하고 있는 나의 일기 중에서 골라낸 것입니다.

일기에서 추려낸 글이라서 신변잡기에 불과합니다. 들판의 풀꽃처럼 끈질긴 삶의 여정이었습니다. 귀도 어둡고 기억력도 날로 줄어들어 이제 금방 한 일도 멍해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 나이에 내가 아직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뿐입니다. 이것마저 못하게 되면 요양원 신세밖에 없겠다고 생각하니 숙연해집니다. 증 손주를 본 나이에 아직도 이와 같이 워드를 하고 있으니 감사 해야겠습니다. 이 글이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분에게 위로와 공감하는 바가 있다면 보람이 되겠습니다.

나의 글쓰기는 삶의 부대낌으로 받는 스트레스를 뱉어 내는 배설작용의 수단으로 시작했음을 누언(累言)한바 있지만 마음 내키는 대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갈수록 어려워집니다. 그래도 청보리 수필과 함께한 세월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나이 탓인지 그렇게 좋아하는 독서마저 무디게 되고 그저 내 마음속의 응어리를 푸는 정화 작용으로 자족하는 한편 날로 생기를 잃어가는 자신의 삶에 충전용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토해 놓고 보니 나는 시원하나 남에게는 비위(脾胃)에 거슬리는 게 있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叱正 바라면서 아울러 격려의 말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020년 立夏 愚聾 用愈

위 글은 나의 九旬기념집 序文입니다. 수필이 106편 종사관계 글이 32편 편지 글이 14편 모두 152편으로 200자 원고지 약 2,000매가 됩니다. 출판사에 발간 의뢰를 해놓고 수정 보완 중에 있습니다. 發刊經費는 上卷 수필 106편 204쪽 200부에 387만원, 下卷에 종사관계 글 32편과 편지 글 14편을 합한 46편 87쪽 200부에 250만원으로 모두 637만원의 견적이 나왔습니다. 내가 글을 낼만한 이력도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부끄러운 흔적이며 아이들도 너절한 치부로 우사한다고 말렸으나 대밭바람에 묻힐지라도 표현의 욕구에 끌리고 말았습니다. 특히 종사관계 글 중 일부는 제도적 장치와 투명성이 없어 생긴 성장통의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을 있게 한 귀한 경험으로 종사 운영에 참고가 될까 싶어 본데로 들은 대로 경험한바 느낌을 적었습니다.

145편 314쪽으로 前篇 수상록 44편(263쪽)의 배가 넘어 두 권으로 했는데 한권으로 할까 출판사와 상의중입니다. 사실 근접으로 은유와 유머가 결여된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글이 되고 말았습니다. 문학성이 결려 되어있고 기록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글은 작가의 거울이며 글속에 혼(진실)이 들어 있어야 한다는데 그렇지 못해 답답합니다. 오늘을 있게 한 밑바탕에 고달팠던 늙은이의 글을 내가 지금 68년 전의 첫 일기장을 보듯 느끼게 될는지? 숨김도 과장도 없이 털어 놓았습니다. 도부장수 할머니의 나의 사주풀이 甘言에 쌀바가지를 주고 흐뭇해하든 어머니 (전편 수필 34쭉 섣달그믐 날)의 모습, 그 70의 古稀도 그리고 80고개도 넘어 九旬에 이렇게 구순 기념 집을 워드 하고 있으니 감개무량합니다. 힘겹게 80고개를 넘어 구순에 들어서니 아득히 90고개가 내려다봅니다. 인생은 마라톤이라 했습니다. 90고개를 향해 다시 신 들메를 다잡아야겠습니다. 인생 오복에 고종명이 가장 크고 무겁다고 했습니다. 이제 남은 무거운 짐을 벗으면서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 하리란 천상병 시인의 歸天의 시를 呪文처럼 외워봅니다.
글 중에 비위에 거슬려 빼서면 좋겠다는 글이 있으면 기탄없는 질정으로 檢證해주시기 바랍니다.

기념집 내용은 나의 다음 카페(한용유 가페)와 네이버 밴드 산천재에 올려져 있습니다.